📖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 심플라이프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뇌과학자 질 볼트 테일러가 본인의 뇌졸중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에세이입니다. 좌뇌 기능이 멈춘 상태에서 우뇌의 감각 중심 사고만으로 살아간 저자는 자아에 대한 기존 개념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통찰을 제시합니다. 이 책은 단순한 회고록이 아니라 뇌과학과 철학, 영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깊이 다가서게 해줍니다.
뇌졸중 체험에서 시작된 자아의 해체
뇌졸중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은 질 볼트 테일러에게 생각지도 못한 내면 여행의 시작점이었습니다. 그가 앓은 뇌졸중은 좌뇌 출혈로 인해 언어 능력, 논리적 사고, 시간 개념 등이 모두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포와 혼란에 빠질 만한 순간에, 저자는 오히려 ‘완전한 평화감’을 느낍니다. 그녀는 이 순간을 “에너지와 연결된 순수한 존재”라고 표현하죠.
이 책은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한 일시적인 좌뇌 정지 상태에서 경험한 감각 중심의 삶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좌뇌가 끊임없이 우리를 규정짓고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면, 우뇌는 존재 그 자체를 느끼고 연결의 감각을 줍니다. 그녀는 이 체험을 통해 자아란 ‘기억과 언어로 구성된 일시적인 구조물’일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이는 단순한 회복기를 넘어서, 자아에 대한 해체와 재구성을 이끄는 여정이 됩니다. 독자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단순한 병상 체험기가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일상에서 무심코 받아들이던 자아 개념이 얼마나 취약하며 가변적인지를 알게 해주는 통찰의 여정이기도 합니다.
뇌과학자의 시선으로 본 좌뇌와 우뇌의 세계
저자는 하버드대 출신의 신경해부학자로, 뇌에 대한 전문 지식과 실제 체험이 결합된 특별한 시각을 제공합니다. 좌뇌는 언어, 숫자, 분석, 시간 개념 등 대부분의 일상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반면 우뇌는 공간 인식, 감각, 직관, 그리고 현재의식에 관련된 역할을 하죠.
일반적인 뇌과학 책들이 단편적 기능 설명에 머무는 반면, 이 책은 좌뇌의 침묵 속에서 우뇌의 세계가 어떻게 확장되고 주도권을 잡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그녀가 “자신이라는 정체성의 해체”를 경험하면서 느낀 평화감입니다. 이는 명상, 영적 수행, 혹은 심오한 의식 확장을 추구하는 이들이 이야기하는 ‘현재에 머무는 감각’과 유사합니다. 저자의 설명은 뇌과학의 언어로 이러한 현상을 풀어냄으로써, 추상적인 개념에 과학적 설득력을 더합니다.
또한 회복 후 좌뇌가 서서히 기능을 회복하는 과정에서 그녀는 스스로를 새롭게 재설정합니다. 과거의 생각방식과 감정패턴을 버리고, 우뇌 중심의 삶을 선택하며 ‘의식적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이는 뇌과학자답게 신경가소성과 자가조절 기능을 설명하며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현재주의와 연결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실질적 통찰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누구나 적용할 수 있는 '삶의 방식'에 대한 실질적 제안입니다. 저자는 뇌졸중 이후, 감정과 사고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자신에게 부여하면서 "나는 더 이상 과거에 머무르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합니다.
이 선언은 많은 독자에게도 강력한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성격, 감정, 삶의 태도를 고정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뇌의 신경회로와 습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생각의 선택’, ‘감정의 선택’, ‘집중의 선택’을 통해 스스로를 바꿔나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뇌의 감각 중심 사고를 의도적으로 활성화하면, 불안감이나 분노 같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에 머물며 평온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메시지는 매우 실용적입니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나와 세상이 분리되지 않은 느낌"이라고 표현하며, 공감, 용서, 수용, 다정함 등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이는 뇌과학이 영성과 만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과학적 언어로 설명된 이 통찰은 특히 명상, 심리치료, 자기성찰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깊은 영향을 줍니다.
『나는 내가 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는 뇌과학과 자전적 경험이 결합된 독특한 형식의 책으로, 자기이해의 지평을 과학적으로 확장시킵니다. 좌뇌와 우뇌의 기능 차이를 체험적으로 드러내며, 기존의 자아 개념에 도전하는 이 책은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통찰을 전해줍니다. 복잡한 이론 없이도 쉽게 읽히는 문체와 감동적인 이야기 덕분에 많은 독자가 인생 책으로 꼽는 이유가 분명합니다. 삶을 스스로 다시 설계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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